실행이 저렴해졌다.
말 그대로 실행이 너무 저렴해졌다. 약 6-7개월 전에 <문문문> 작업에서 HMD 12대를 연결하고, 장소 기반 멀티 플레이를 활용한 관객 참여형 무용 퍼포먼스를 개발했다. 이때만 해도 추석 연휴부터 작품 시연까지 밤을 너무 샜다. Unity 작업도 그렇지만 멀티플레이, 네트워크 작업에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소요됐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때 만들고자 했던 HMD 관리용 대시보드부터 기본 셋업까지 내 생각에는 5일 이내에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물론 현장을 기반으로 한 설계가 항상 문제긴 하지만, 그 설계조차도 Claude 랑 빠르게 할 수 있게 됐다.
포인트는 암묵지다.
최근에 AI 관련된 영상을 많이 보면서 '암묵지'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쉽게 말하자면 암묵지는 아직 꺼내놓지 않은 누군가의 추상화된 경험과 같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딸깍' 하고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는 대부분 도메인에 대한 경험이 제대로 녹아있지 않다. 미디어아트 작품 제작의 영역으로만 한정해서 보아도 작품 제작의 프로세스, 리서치, 현장 등 고려해야할 도메인 지식과 암묵지들이 천지다.
실행은 저렴해졌지만,
예전만큼 확실히 뭔가를 만드는 데에 시간이 덜 드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암묵지를 밖으로 꺼내서 내 스스로 체화시키고, 작품으로까지 만들어내는 데에 병목이 발생한다. 요즘에는 인간 병목이라고 얘기를 하더라. 나도, 나 스스로를 요즘 그렇게 느낀다. 그래서 작업에서의 설계, 가르치는 것에서의 설계, 아무래도 설계를 훨씬 더 많이 고민하게 된다. 설계를 고민하기 시작할 때부터 자연스럽게 나의 암묵지로부터 '딸깍' 해서 만드는 제작 방식과는 색다른 접근 방식이 도출되는 것 같다.
아무튼 요즘이 개발 시작하고 나서 제일 재밌는 시기인 것은 확실하다.